2016. 5 조선일보, CHOSUN ILBO

[한국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 넘어… 토종 발효균 활용한 음식 개발까지]

서양의 햄·치즈 등과 달리 한국은 식물성 발효식품 많아

전통누룩 효모로 발효시킨 빵·김치유산균 넣어 만든 맥주 등
토종 발효균, 다양하게 활용 "새로운 韓食으로 각광받아"

김치 같기도 메주 같기도 한 냄새가 나는‘K-바이스’맥주.
제조 과정에서 김치유산균을 넣어 발효시켜 이 같은 향이 나게 됐다. 실제 김치는 들어가지 않는다. /김지호 기자
 
약간 새콤할 뿐, 일반 맥주와 맛이 별다르지 않았다. 새 맥주 'K-바이스(Weisse)'를 출시한 수제맥주 업체 '더핸드앤몰트브루잉컴퍼니'도정환 대표가 "온도가 올라가도록 잠시 기다려보라"며 씩 웃었다. 꼭 집어 표현할 순 없지만 친숙한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발효 중인 메주 또는 김치에서 나는, 약간 고릿하면서 구수한 향이었다. 도 대표는 "김치유산균을 넣어 만든 맥주"라며 "김치유산균이 이 독특한 냄새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한국의 토종 발효균을 활용해 음식을 개발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전통 누룩에서 발견한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 빵,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 제품은 물론 김치유산균으로 발효시킨 맥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을 찾는 세계 정상급 요리사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한식 분야가 김치, 된장·간장·고추장 등 장류(醬類), 장아찌 등 전통 발효식품이다. 발효음식에 대한 관심이 토종 발효균으로 확산되는 추세인 것. 미국을 대표하는 요리사인 토머스 켈러는 2012년 방한 당시 경북 김천 청암사로 장과 장아찌를 맛보러 갔다. 프랑스 파리의 미쉐린(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파스칼 바르보는 2011년 한국에서 고춧가루·메줏가루·조청 등을 사들고 파리로 돌아가 고추장을 담그기까지 했다.

한국의 발효식품이 세계적 관심을 끄는 이유가 뭘까. 서울 '밍글스' 오너셰프 강민구씨는 "서양에도 요구르트나 치즈, 햄 따위 발효식품이 많지만 대부분 동물성"이라며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식물성 발효식품을 갖고 있다"고 했다. 밍글스는 지난 3월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처음 오르면서 높은 순위인 15위에 올라 화제가 됐다. 밍글스의 대표 메뉴이자 해외 미식가·음식 전문가들이 주목한 요리가 고추장·간장·된장으로 맛을 낸 디저트 '장트리오'다.

모던한식 레스토랑‘밍글스’의 대표 디저트 메뉴인‘장트리오’.

한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전통 발효식품뿐 아니라 발효균까지 주목받고 있는 것. 도정환 대표는 "한국적인 맥주를 어떻게 만들까 궁리하다 김치유산균을 활용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맥주 행사에 참가해 이 맥주를 선보였습니다. 요즘 한식이 워낙 인기이다 보니, 김치유산균으로 만든 맥주라고 소개하자 다들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향이 무척 펑키(funky)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파리바게뜨에서도 최근 인위적으로 효모를 육종·배양한 이스트 대신 한국 전통 누룩에서 발견한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 빵을 내놨다.

토종 발효균 활용은 기능성식품 분야에서 먼저 시도됐다. CJ제일제당은 2014년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 제품 'BYO 피부유산균 CLJP133'과 'BYO 장유산균 CJLP243'을 출시했다. 3500개 김치유산균을 분석해 장 기능과 피부 가려움에 효과를 보인 유산균을 분리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김봉준 박사는 "고춧가루·마늘·파 등 항균물질이 많은 조건에서 살아남은 김치유산균은 서양인보다 긴 한국인의 장(腸)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생명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음식 평론가 강지영씨는 "토종 발효균을 사용해 개발한 음식은 단순히 한국 음식과 서양 음식을 섞은 퓨전요리보다 한 차원 높은, 새로운 한식으로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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